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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칼럼 김혜식] 외할머니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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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김혜식 작성일21-01-1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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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가 김혜식뒤뚱뒤뚱 오리걸음마저 대견스럽다. 만삭이어서인지 자칫 돌부리에 걸리면 금세 넘어질 듯 위태롭다. 하지만 참으로 신비스럽고 숭고미마저 자아내는 뒤태다.
 
소중한 새 생명을 잉태하고 태중에 품는 일은 여인만이 해낼 수 있는 위대한 일이 아니던가. 수 억 마리의 정자 중 하나의 정자가 여인의 몸에 안착한 게 태아다.
 
그러고 보니 인간은 어머니 몸속에 잉태하려는 순간부터 수많은 경쟁자와 싸워 승리한 존재다. 이런 연유로 만삭인 어느 젊은 임신부의 모습이 유독 오늘따라 아름답게 느껴진다.
 
언제부터인가 주위에서 임신한 여인의 모습을 좀체 찾아 볼 수 없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어렸을 때만 하여도 마을 곳곳에서 임신부는 물론, 젊은 여인들이 처네로 등에 아기를 업은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어디 이뿐인가. 집집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당시 누구나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자식 농사만큼은 풍요로웠다. 칠, 팔남매를 낳아 키우기 예사였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머니는 당신의 배가 꺼질 만 하면 또 불러오곤 하였다.
 
연년생으로 동생들이 태어나자 이를 보다 못한 외할머니는 양육을 자처하여 도맡았다. 외할머니는 충주 노은 면에서 한학자로 유명한 집안의 따님이었다. 어려서부터 한학자인 당신의 아버지로부터 한학을 배웠으며 당시 명문 고녀高女를 나온 분이다.
 
외할머니는 평소 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가야금을 뜯었으며 먹을 갈고 붓을 들어 난을 치곤 하였다.
 
말귀를 알아들을 즈음부터 외할머니는 어린 우리들에게, 남이 안 봐도 보는 것처럼 행동 하고, 말 한마디도 항상 신중하게 할 것이며, 예禮와 정情, 신의信義를 목숨처럼 지켜야 한다는 말을 누누이 주지 시켰다. 무엇보다 어려서부터 우리 형제들에게 독서를 습관화 하라고 타이르곤 하였다.
 
이런 외할머니의 역대 교육 덕분에 우리 형제들은 학교 선생님을 비롯 마을에서도 예의 바르고 반듯하다는 칭찬을 듣게 됐다.
 
이즈막도 지난날 외할머니의 가르침이 몸에 배어서인지 사소한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고 남이 베푼 친절 및 은혜에 무엇으로든 갚으려는 자세를 잃지 않고 있으며 독서를 생활화 한다. 이렇듯 사람다운 삶의 태도를 지니려고 노력하는 것은 지난날 외할머니의 훌륭한 가르침 덕분 때문이다.
 
외할머니를 떠올리려니 언젠가 신문 기사에서 접한 독일 카셀 대학 어느 심리학과 교수의 설문조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양가 조부모 네 분이 모두 생존해 있는 이 천 명을 대상으로 '가장 친근하고 영향력을 많이 준 친척'을 고르는 조사에서 칠백 명이 외할머니를 손꼽았단다.
 
이 조사로 미뤄보아 외할머니는 항상 온화하고 자상하여 사랑을 아낌없이 베푸는 분이라는 생각은 외국이나 우리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인가. 도토리묵 집, 청국장 전문 음식점 및 민박집 등의 상호로 자주 '외할머니 집'이 등장 하곤 한다. 외할머니는 문학에도 영향을 끼친듯하다. 주요섭의 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에서도 주인공 옥희에게 외할머니는 자신의 아버지를 대신하는 정신적인 부모였다.
 
독일 카셀 대학에 이어서 미국 워싱턴 대학, 영국 런던 대학에서의 외할머니에 대한 연구가 눈길을 끈다. 외할머니 손에 자라는 영아 사망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게 그것이다.
 
동물들에게도 이는 적용 된다. 축산학에서 말하는 '외할머니 효과'는 소를 잘 키우기 위한 이론이란다. 즉 할머니 소는 어미 소의 모성 능력에 적잖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미혼인 세 딸을 둔 나는 장차 어떤 '외할머니 효과'를 불러일으킬까? 목금目今 고민 중이다.
수필가 김혜식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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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