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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 건강칼럼] 쓴맛(苦味)의 생체방어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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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건강과학원 원장 임자 작성일21-01-2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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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건강과학원 원장 임자단맛(甘味), 짠맛(塩味), 신맛(酸味), 감칠맛(旨味), 쓴맛(苦味) 등의 미각(味覺)은, 음식물의 영양가와 독성(毒性)을 감지(感知)하여 생존을 돕는 게이트키퍼(문지기)이다. 사람의 혀에 분포하는 단맛, 짠맛, 신맛, 감칠맛의 네 수용체는 각각 1종류씩 있지만, 쓴맛(苦味) 수용체는 25종류 이상이나 생체에 해로운 쓴맛을 검출하는 'T2R'이라 불리는 슈퍼-패밀리를 형성하고 있다. 한 곳에서 움직여 도망갈 수 없는 식물은 동물이나 병원체의 먹이가 되는 것을 피(避)하기 위해 여러 가지 독극물을 생성하는 방어기구를 진화시켜 왔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동물들은 미각(味覺), 후각(嗅覺) 등 오감(五感)을 예민하게 발전시키면서 영양분과 독극물을 감지하는 메커니즘을 진화시켜 왔다. 쓴맛이나 악취(惡臭)는 그 음식에 독(毒)이 있음을 포식자에게 알리는 신호다. 고미(苦味)수용체가 혀의 미뢰(味蕾)에 존재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실은 코점막, 기도(氣道), 폐, 장(腸), 뇌(腦) 등에도 널리 발현된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다. 녹농균(綠膿菌)은 아실호모세린락톤(Acylated homoserine lactone; AHL)이라고 불리는 아미노산 대사산물을 생산해 이를 원료로 해 균체를 보호하는 바이오-필름(Bio-film)을 형성한다.
세균이 바이오-필름으로 덮이면 항생제에 대한 저항력이 1000배 이상 증가하므로 일반적인 약물요법으로는 치료가 어렵다. 그런데 쓴맛 수용체를 가진 점막 세포는 AHL에 의해 활성화돼 칼슘(Ca) 의존성에 일산화질소(NO)나 디펜신(defensin)을 생산해 병원균을 효율적으로 제거한다. 디펜신은 플러스(plus)로 하전(荷電)된 염기성 펩타이드로 세균의 세포벽 부하 전분자(細胞壁負荷電分子)에 결합해 항균 활성을 발휘한다.

  이때 기도 점막과 기관지 점막의 유모세포도 활성화되어 병원균이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선모(腺毛)운동이 활발해진다. 이러한 쓴맛 수용체를 통한 긴급 경계 반응에 따라 녹농균같은 내성균도 효율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상기도(上氣道)의 점막 세포가 가진 'T2R38'로 불리는 쓴맛 수용체에는 유전자가 2종류 있는데, 그 조합에 의해 쓴맛을 지극히 예민하게 느끼는 '슈퍼-테이스터', 전혀 느끼지 못하는 미맹(味盲), 및 양자의 중간에 위치한 그룹으로 나뉜다.

  슈퍼-테이스터는 'AHL' 분자를 저농도로 검출할 수 있기 때문에 코 속의 부비강이나 기도(氣道)에서 녹농균이 AHL을 생성하면, T2R38 수용체가 빠르게 자극돼 강력한 살균배제 반응을 일으킨다. 반면 미맹자에서는 AHL을 검출하는데 100배 이상의 농도가 필요하므로 병원균을 제거하는 반응도 일어나기 어렵다. 이러한 쓴맛 수용체의 AHL 감수성이 상기도의 녹농균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좌우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슈퍼-테이스터의 코점막에는 '그램음성균'이 검출되지 않아 쓴맛에 민감한 사람은 감기(바이러스)도 잘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축농증 환자가 꼭 알아야 할 대목이다. 호중구와 림프구도 고미수용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그램음성균이 생성하는 AHL에 의해 자극되면 활성산소나 NO가 생성되어 강한 살균작용을 한다. 치주병(歯周病)의 원인이 되는 긴기바리스 (gingivalis)균도 바이오-필름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병원균이다. 이 바이오-필름에 칼슘이 결합 침착해 단단한 덩어리를 형성한 것이 치석(齒石)이다.

  이에 따라 병원균이나 유독물질의 입구인 비강 및 구강 점막에는 활성화된 면역세포인 호중구가 상시 순찰을 돌고 있으며 활성산소, NO, 디펜신 등을 생산 살포하면서 병원체를 배제하고 있다. 면역력이 부족한 영유아나 어린이들이 쓴 음식을 싫어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독극물을 기피(忌避)하기 때문이다. 반면 생선회나 날고기를 먹는 어른들이 쓴맛이나 매운맛이 강한 향신료를 선호하는 것은 직관적으로 조리법에 적용되어 온 전염병 대책인 것이다.

  장(腸)의 점막 세포에서도 쓴맛 수용체가 발현되어 쓴 음식을 섭취하면 “장”에서도 같은 방어반응이 유발되어 장내 세균총의 균형이 변화한다. 고미(苦味) 수용체는 방광(膀胱) 점막에도 발현하고 있어, 요로(尿路) 감염증에서는 AHL에 의해 배뇨(排尿)가 촉진되어 균을 체외로 씻어내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예부터 “쓴 것(苦味)은 몸에 이롭고, 단 것(甘味)은 몸에 해롭다.”고, 귀(耳)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공부를 안 하니 우리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지 않는가!
지리산 건강과학원 원장 임자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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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