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생활칼럼] 내게 무해한 사람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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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김영미 작성일21-02-07 17:31본문
↑↑ 수필가 김영미어릴 때는 세상이 흑백의 논리로 움직이는 줄 알았다. 하늘과 땅이 있듯 산과 강이 있었고 옳고 그름은 명료하였다. 종지에 우겨넣어도 될 만큼 세상은 작고 단순하였었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흑백은 섞여 불분명해지고 온통 회색빛 투성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조금 희거나 많이 검게 도드라지는 것을 믿으며 살았다. 마음 한 쪽에 드는 의문은 무시하며 시간이 지나면 안팎이 뒤집히고 뒤섞여 형체조차 사라지기가 다반사란 것을 외면했다. 그리 힘들이지않아도 외면할 수 있을 만큼 세상은 눈을 현혹하는 것 천지고 그래서 바빴다.
이십대에는 이십대만큼 삼십에는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사십을 넘기면서는 지켜야할 나의 것이 소중해 전전긍긍이다. 나와 가족 이외의 것에는 마음을 줄 여유가 없었다.
이제 세상이 나쁘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 뒤에도 당위성이 있다는 걸 짐작하는 나이에 이르렀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마음이 가면서 눈은 뒤를 돌아보는 여유도 생겼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그런 맥락에서 뒤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쁘지 않음에도 당당할 수 없는 사람들. 옳지만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 멀쩡히 살아가는 듯해도 속울음을 우는 소수자들. 그들의 이야기다.
나와는 상관없어 무해하지만 그러나 모른 척 돌아서기에는 찝찝한 그런 짧은 이야기들을 엮었다. 책 속에 사람들은 약하고 낮은 곳에 사람, 특히 성소수자들이다. 사회에서 가정에서 보호받아야함에도 보호 받지 못 하는 여리고 어린 사람들. 점점 귀퉁이로 몰리는 사람을 바라봐야하는 동안 마음이 아팠다.
세상은 다수에 의해 흘러가고 큰 흐름 속에는 익사하는 사람도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숨 쉬기 곤란해 하는 사람을 건져줄 힘은 없다. 그러나 한번쯤은 그들의 마음에 귀기울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양심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내게 무해한 사람은 마음을 편하게 긁어주는 글이다.
침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들의 긴 침묵에서 두려움이 읽혔다. 두려움은 마음 가장 밑바닥에 깔린 채 몸을 가라앉힌다. 세상에 존재하나 없는 사람처럼 산다. 마치 깊은 동굴에 숨어 살아가는 눈을 포기한 동굴 새우처럼 연약하고 투명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어차피 한번 산다. 백년을 살지만 하루도 같은 날이 없고, 되돌릴 수 있는 날도 없다. 밥통은 거스럴 수 없는 현실이고 채우기 위해 치열하게 달린다. 달리는 사람 틈에서 작가는 머뭇대는 사람을 잘도 포착했다.
작가는 문제를 터트려서 해결하는 분란보다 나 하나만 참으면 유지되는 평화가 더 편하다는 시각이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사이에 끼인 채 몸을 수그리고 울고 숨어서 사랑하고 헤어지는 그들의 세상을 엿본다. 속 시원히 돌파구를 제시해줄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들을 죽음으로 모는 상황으로 몰고 갈수도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것은 죽지 않고 살고 있는 책 밖의 실제 사람들이 많음을 말한다.
내 주위에는 무해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모른다는 말이다. 모른다는 것은 찾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찾지 않았을 뿐 있을 것이란 유추가 가능해졌다. 나는 앞으로도 없는 것을 부러 찾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문제가 불거졌을 때 외면할 것이다.
어떤 손길도 내밀지 않을 터다. 그 순간에는 이해를 못 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편은 더더욱 들지 못하리라. 그러나 한가지 약속은 할 수 있다. 비난의 입은 닫을 것이고 경멸의 눈은 감겠다.
박수치지않는다하여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않은가. 어쩜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냥 그대로 보아주는 시선이지않을까?
책을 읽는 동안 편견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알고 배우고 믿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나의 삶을 지탱해주는 기둥이지만 타인의 눈에는 편협한 편견으로 비출 수 있다는 자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이다.
나의 삶은 소중하다. 그것이 편견일지라도 바꿀 생각은 없다. 다만 나의 생각이나 몸짓이 남에게 가시가 되지 않도록 조심은 하겠다. 나의 삶이 밝기를 바라듯이 타인의 삶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내게 해는 되지 않으나 무시할 수는 없는 무해한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가 내 마음에 어떤 울림이 되었다. 울림은 오래 갈 것 같다.
수필가 김영미 kua348@naver.com
그럼에도 조금 희거나 많이 검게 도드라지는 것을 믿으며 살았다. 마음 한 쪽에 드는 의문은 무시하며 시간이 지나면 안팎이 뒤집히고 뒤섞여 형체조차 사라지기가 다반사란 것을 외면했다. 그리 힘들이지않아도 외면할 수 있을 만큼 세상은 눈을 현혹하는 것 천지고 그래서 바빴다.
이십대에는 이십대만큼 삼십에는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사십을 넘기면서는 지켜야할 나의 것이 소중해 전전긍긍이다. 나와 가족 이외의 것에는 마음을 줄 여유가 없었다.
이제 세상이 나쁘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 뒤에도 당위성이 있다는 걸 짐작하는 나이에 이르렀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마음이 가면서 눈은 뒤를 돌아보는 여유도 생겼다. "내게 무해한 사람"은 그런 맥락에서 뒤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쁘지 않음에도 당당할 수 없는 사람들. 옳지만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 멀쩡히 살아가는 듯해도 속울음을 우는 소수자들. 그들의 이야기다.
나와는 상관없어 무해하지만 그러나 모른 척 돌아서기에는 찝찝한 그런 짧은 이야기들을 엮었다. 책 속에 사람들은 약하고 낮은 곳에 사람, 특히 성소수자들이다. 사회에서 가정에서 보호받아야함에도 보호 받지 못 하는 여리고 어린 사람들. 점점 귀퉁이로 몰리는 사람을 바라봐야하는 동안 마음이 아팠다.
세상은 다수에 의해 흘러가고 큰 흐름 속에는 익사하는 사람도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숨 쉬기 곤란해 하는 사람을 건져줄 힘은 없다. 그러나 한번쯤은 그들의 마음에 귀기울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양심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내게 무해한 사람은 마음을 편하게 긁어주는 글이다.
침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들의 긴 침묵에서 두려움이 읽혔다. 두려움은 마음 가장 밑바닥에 깔린 채 몸을 가라앉힌다. 세상에 존재하나 없는 사람처럼 산다. 마치 깊은 동굴에 숨어 살아가는 눈을 포기한 동굴 새우처럼 연약하고 투명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어차피 한번 산다. 백년을 살지만 하루도 같은 날이 없고, 되돌릴 수 있는 날도 없다. 밥통은 거스럴 수 없는 현실이고 채우기 위해 치열하게 달린다. 달리는 사람 틈에서 작가는 머뭇대는 사람을 잘도 포착했다.
작가는 문제를 터트려서 해결하는 분란보다 나 하나만 참으면 유지되는 평화가 더 편하다는 시각이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사이에 끼인 채 몸을 수그리고 울고 숨어서 사랑하고 헤어지는 그들의 세상을 엿본다. 속 시원히 돌파구를 제시해줄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들을 죽음으로 모는 상황으로 몰고 갈수도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것은 죽지 않고 살고 있는 책 밖의 실제 사람들이 많음을 말한다.
내 주위에는 무해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모른다는 말이다. 모른다는 것은 찾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찾지 않았을 뿐 있을 것이란 유추가 가능해졌다. 나는 앞으로도 없는 것을 부러 찾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문제가 불거졌을 때 외면할 것이다.
어떤 손길도 내밀지 않을 터다. 그 순간에는 이해를 못 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편은 더더욱 들지 못하리라. 그러나 한가지 약속은 할 수 있다. 비난의 입은 닫을 것이고 경멸의 눈은 감겠다.
박수치지않는다하여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않은가. 어쩜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냥 그대로 보아주는 시선이지않을까?
책을 읽는 동안 편견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알고 배우고 믿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나의 삶을 지탱해주는 기둥이지만 타인의 눈에는 편협한 편견으로 비출 수 있다는 자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이다.
나의 삶은 소중하다. 그것이 편견일지라도 바꿀 생각은 없다. 다만 나의 생각이나 몸짓이 남에게 가시가 되지 않도록 조심은 하겠다. 나의 삶이 밝기를 바라듯이 타인의 삶도 그러하기를 바란다. 내게 해는 되지 않으나 무시할 수는 없는 무해한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가 내 마음에 어떤 울림이 되었다. 울림은 오래 갈 것 같다.
수필가 김영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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