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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특별기고] 급변하는 혼례식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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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풍회장·교육학박사 김영호 작성일21-07-0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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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풍회장·교육학박사 김영호출생은 사람의 태어남이지만 그것은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무한한 축복을 받기는 하나 산부와 신생아의 입장에서 보면 극대의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다.  종생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혼례는 곱게 자라서 일생의 배필을 만나는 의식으로 고통 없이 많은 하객으로부터 무한한 축복을 받는 일이다. 우리는 조상들의 통과의례를 그대로 지켜오면서 시대 변화에 따라 조금씩 발전시키면서 대체로 우리 나름의 유속(遺俗)을 전승해 왔다.
   고려 충선왕이 원나라 공주와 결혼할 때 백마(白馬) 81필을 폐백으로 썼다고 하여 그 후부터 혼례 때에는 반드시 백마를 썼다는 것이며, 신라 시조왕 박혁거세의 왕비가 된 알령부인은 사량부 알령정 우물에 나타난 계룡(鷄龍)의 왼쪽 갈비로부터 태어났는데, 용자(容姿)가 닭의 부리와 같이 고왔고 덕성을 겸비하여 왕비로 발탁되었다는 삼국유사의 사적에서, 우리 습속에 흰말을 타고, 닭을 쓰는 것은 상서(祥瑞)로움이 있다하여 혼속(昏俗)으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 혼례에 백마와 닭이 등장하면서 그 성립과정부터 신중을 기해 왔다. 전통 혼례에서는 의혼, 납채, 연길, 납폐, 친영 등의 절차를 모두 거쳤다.
   좋은 날을 택하는 것은 신랑신부가 대자연의 깨끗한 정기를 받아 일생을 다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부모의 간절한 바람에서 일 것이고, 상대방 혼주를 존체라 표기하고 본인은 복유(伏惟), 재배, 상장(上狀) 등으로 엎드려 낮추면서 예를 표했던 혼서지의 표현은 서로가 사돈이 된 것을 지극히 감사하게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었음을 느껴 볼 수 있다.
   말끔하게 차려진 가정의 예청(禮廳)에서도 저명인사를 초빙하여 홀기에 의해 혼례를 진행하였던 것은 혼례의 중요성을 함의한 표현이라 생각된다.
   가정의례준칙에 의해 전래의 혼례식이 대중예식장에서 주례를 초빙하고 신랑친우의 사회로 즐겁게 간소하게 진행되면서, 주례자로부터 하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혼인서약과 사회적 공인을 받고 축가를 들으며, 즐겁게 시종(始終)되어 왔던 것이다.
   그렇게 표준화로 정착되어 왔던 혼례식이, 요즈음 더욱 간소화되어 사성을 보내서 신부 댁에서 혼례 날을 정하던 것이 생략되는 것 같고, 예식장의 편리에 의해 타의적으로 정일(定日)이 되고, 청첩장은 카톡으로 보내면서 축의금 입금 통장번호를 명기하여 주최 측에서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으니, 과정적 엄숙함과 중요성은 경시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심지어는 주례를 모시지 않고, 사회자가 총체적 주례자가 되어 혼인서약, 축가, 신랑신부의 대부모와 하객인사로 끝내고 폐백도 생략하면서 30여분 만에 예식을 마치니, 마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듯 초고속행사가 되는 어느 혼례식의 풍경을 보니, 혼례를 인생 중대사의 관점에서 볼 때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기분이 없지 않았다.
   폐백은 신부가 시부모와 신랑 친족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중요한 의례인데 그것마저 생략하는 사례를 볼 때, 이것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신부가 친정을 떠나 시집가서 신랑댁 친족과 마주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출발점부터 생략한다는 것은 퍽 좋은 일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폐백은 혼례 때와 초상시의 필수 예절이다. 혼례 때의 폐백은 현고구례라 하여 시부모님께 인사를 올리는 예절 혹은 그 때 시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을 아우르는 말이고, 초상 때의 폐백은 무덤 속의 관위에 놓는 산신에게 드리는 선물이다.
   이것은 관계를 맺은 중요한 의미의 매체(媒體)로서 선인들이 정한 통과의례이지만 그것이 경제적 부담이 될 때는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칭가유무(秤家有無)라 하였던 것 같다. 집의 형세에 따라 일을 알맞게 하라고 선인들이 가르치지 않았던가.
   의례는 인간관계를 잘 맺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범임을 이해하고 바르게 행하는 것이 정풍(整風)이라 여겨진다.
정풍회장·교육학박사 김영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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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